서론: “처음인데 왜 이렇게 잘 되지?”라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무언가를 막 시작했을 때, 생각보다 쉽게 성과가 나오는 경험이 있다. 게임이든 투자든, 시험 준비든, 첫 시도에서 연달아 맞아떨어지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한테는 공식이 있나?”라고 느낀다. 검색창에 ‘초심자의 행운’이나 ‘Beginner’s Luck’을 넣는 사람도 대개 그 지점에 서 있다. 기분은 좋지만, 반면에으로는 이게 실력인지 우연인지 헷갈리는 상태다.

문제는 그 짧은 성공이 뇌에 남기는 흔적이 생각보다 깊다는 데 있다, 뇌는 결과가 좋았던 행동을 “다시 하면 또 되겠다”는 식으로 빠르게 묶어 저장하려 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이른바 ‘잘못된 승리 공식’이다. 한 번의 승리를 ‘재현 가능한 규칙’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내부의 요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듯하다. 그런데 그 요약본이 이후 선택을 이끌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큰 판에서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거나, 실패 신호를 무시하고, 주변의 조언을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덮어버리는 장면이 생긴다. 오늘은 초심자의 행운이 어떻게 뇌에 각인되고, 왜 그 각인이 위험한지,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조심하면 좋은지까지 흐름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

밝은 스튜디오 책상 위 빛나는 결과물을 보고, 초보자가 놀란 눈과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본론 1: 초심자의 행운이 ‘공식’으로 바뀌는 뇌의 습관

1) 뇌는 결과를 좋아하고, 과정을 생략하려 한다

사람은 복잡한 과정을 그대로 저장하기보다, “이렇게 했더니 됐다”라는 짧은 연결을 선호한다. 특히 처음 성과가 좋으면, 그때의 행동과 환경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정답 루트’처럼 보관한다. 실제로는 운이 큰 비중을 차지했더라도, 뇌는 그 운을 독립 변수로 따로 떼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결과가 좋았던 장면이 강한 학습으로 남는다.

이 과정은 게으름이라기보다 효율성에 가깝다. 매번 모든 변수를 분석하며 살 수 없으니, 뇌는 빠른 규칙을 만든다. 다만 초심자의 행운에서는 표본이 너무 작다. 작은 표본으로 만든 규칙이 ‘공식’처럼 굳어지면, 이후의 현실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2) 도파민 보상은 “정답을 찾았다”는 착각을 강화한다

초반의 성공은 감정적으로도 강하게 남는다. 성취감, 안도감, 흥분 같은 감정이 함께 묶이면 뇌는 그 경험을 더 중요한 사건으로 분류한다, 이때 보상 회로가 작동하며 “이 방식이 맞다”는 신호를 크게 울린다. 실제로는 우연히 좋은 패를 잡았거나, 상대가 약했거나, 환경이 유리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이는 장면도 비슷하다. 누군가 “처음 해봤는데 연승했다”는 글을 올리면, 댓글은 축하와 함께 방법을 묻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 반응 자체가 또 하나의 보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뇌는 더 확신을 갖기 쉬워지고, ‘공식’은 한 단계 더 단단해진다.

3) ‘원인-결과’는 실제보다 단순하게 편집된다

사람은 결과를 본 뒤 원인을 거꾸로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이겼으니 내 판단이 좋았던 것”이라는 식의 사후 해석이 대표적이다, 특히 초심자의 행운에서는 운이 만든 우연한 연결이 많다. 그런데 뇌는 그 우연을 ‘실력의 증거’로 편집해 버린다.

여기서 위험한 점은, 편집된 기억이 다음 행동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이번엔 변수가 달랐어”라고 넘기고, 성공하면 “역시 내 공식이 맞아”라고 결론 내리기 쉽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잘못된 공식은 수정되기보다 보호된다.

4) 초심자일수록 ‘피드백의 질’이 낮아진다

처음 시작한 분야에서는 무엇이 중요한 변수인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아도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 상태에서 운 좋게 성공하면, 그 성공이 가장 큰 피드백처럼 느껴진다. “결과가 증명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결국 초심자의 행운은 학습의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다. 실력 향상에 필요한 기본기보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요령이나 타이밍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초반에 잘 풀렸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교정 기회를 놓치는 장면이 생긴다.

본론 2: ‘잘못된 승리 공식’이 실제로 만드는 위험한 선택들

5)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판을 키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초심자의 행운이 만든 공식은 대개 “생각보다 쉽다”는 감각을 남긴다. 그러면 같은 방식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해도 괜찮을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때부터 리스크 관리가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작은 성공은 작은 판에서만 유효했을 수 있는데, 뇌는 그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초반에 랭크가 빠르게 오르면, 자신의 실력 구간을 과대평가한 채 더 높은 구간으로 들어간다. 투자에서 첫 수익이 크면, 원래 계획보다 금액을 늘리거나 레버리지를 쓰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반의 승리가 “안전하다는 증거”로 오해되는 순간, 손실이 커질 준비가 시작된다.

6) 실패를 ‘학습 신호’가 아니라 ‘예외’로 처리한다

잘못된 승리 공식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바꾼다. 실패가 나오면 원인을 공식의 문제로 보지 않고, 외부 탓이나 운의 변동으로 돌리기 쉽다. “오늘은 상대가 이상했다” “시장이 나빴다” 같은 설명이 반복되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패가 누적되는데도 방향은 그대로인 상태가 된다.

이런 흐름은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보인다. 처음에는 승리 경험을 공유하던 사람이, 이후에는 “왜 갑자기 안 되지?”라는 글을 올린다, 댓글에는 다양한 조언이 달리지만, 이미 공식에 대한 확신이 강하면 조언은 ‘참고’에서 끝나기 쉽다. 결국 같은 실수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게 된다.

7) 자기 확신이 커질수록 정보 탐색이 좁아진다

초심자의 행운이 만든 확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량을 줄인다. “이미 감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깊은 자료를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믿는 공식에 맞는 정보만 골라 읽는 경향이 강해진다. 반대되는 사례나 경고는 ‘겁주는 말’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보 섹션에서 원리와 리스크를 정리한 글보다, 빠른 요령이나 성공담이 더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눈에 익숙한 결론만 찾게 되면, 실제로 필요한 데이터가 들어와도 걸러진다. 결국 뇌는 더 단단한 확증의 고리를 만든다.

8) ‘실력’과 ‘운’의 비율을 구분하지 못하면 관계도 흔들린다

잘못된 승리 공식은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팀 게임이나 협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초반 성과가 좋았던 사람이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이 무시되는 장면이 생긴다. “내가 해보니까 이게 맞아”라는 말이 빠르게 권위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주변은 그 사람을 실력자로 오해할 수도 있다. 초반 성과가 좋으니 신뢰가 붙고, 역할이 커진다. 그런데 그 신뢰가 운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면, 한 번의 큰 실패가 관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실력과 운의 비율을 정리하지 않은 채 커진 기대는, 나중에 더 크게 꺾인다.

어두운 배경에 빛나는 뇌와 수학식 신경망이 규칙적 패턴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본론 3: ‘공식’이 아니라 ‘가설’로 남기기 위한 현실적인 정리법

9) 첫 성공을 기록할 때는 “무엇이 변했는지”부터 적어 둔다

초심자의 행운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그 경험을 공식으로 확정하지 않고 가설로 보관하는 습관이 중요하며, 배팅 버튼을 누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다림(Anticipation)’ 구간에서 도파민이 최고조로 치솟는 현상을 고려하면 당시의 감정과 판단이 과대평가되기 쉽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순간의 선택뿐 아니라 환경, 상대, 시간, 컨디션 같은 변수를 함께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고, 이렇게 정리해 두면 나중에 같은 조건이 재현 가능한지 차분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한두 줄이라도 좋다. “왜 이 선택을 했는지”와 “당시 유리했던 조건이 있었는지”를 남겨 두면 뇌의 과잉 일반화를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다. 기억은 편집되지만, 기록은 비교적 덜 흔들린다.

10) 표본을 늘리기 전까지는 ‘확신의 크기’를 제한한다

초반 1~3번의 성공은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작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결론을 크게 내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내가 잘한다”가 아니라 “이번에는 잘 풀렸다” 정도로 언어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판단이 부드러워진다, 말이 바뀌면 생각의 각도도 달라진다.

커뮤니티에서 누군가의 성공담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 글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표본이 적은 경험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같이 떠올리면 된다. 여러 사람의 사례를 모아보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보는 쪽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내 경험도 ‘하나의 사례’로 내려앉는다.

11) 실패를 ‘손실’이 아니라 ‘교정 데이터’로 바꾸는 질문

실패가 나오면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질문을 바꾸면, 공식이 고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왜 안 됐지?”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요소는 뭐였지?”가 더 유용하다. 외부 변수를 인정하되, 내부에서 조정 가능한 지점을 찾는 방식이다.

이 질문은 자책과도 다르다.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실험의 조건을 조정하는 느낌에 가깝다. 이렇게 접근하면 실패가 누적될수록 오히려 정확도가 올라간다. 초심자의 행운이 만든 낙관을, 학습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과정이 된다.

12) ‘승리 공식’ 대신 ‘리스크 규칙’을 먼저 세워 둔다

승리 공식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리스크 규칙을 먼저 정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초심자의 행운이 위험해지는 지점은 대개 판이 커질 때다. 그래서 “어떻게 이길까”보다 “어디까지 잃을 수 있나”를 먼저 정해 두면, 잘못된 공식이 폭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횟수 연속 실패 시 쉬어가기, 한 번에 투입하는 자원 상한선 정하기, 감정이 올라왔을 때는 결정을 미루기 같은 규칙이 있다. 이런 장치는 실력을 올려주는 도구라기보다, 운이 만든 착시가 행동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다. 규칙이 있으면 초반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결론: 초심자의 행운은 ‘재능의 증명’이 아니라 ‘판단의 시험’일 때가 많다

초심자의 행운은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이다. 시작을 계속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되기도 하고,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다만 그 경험이 뇌에 남기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작은 성공을 큰 공식으로 바꿔 저장해 버리곤 한다. 그때부터는 실력이 아니라 착각이 선택을 이끄는 구간이 열린다.

‘잘못된 승리 공식’의 위험성은 결국 과대확신, 리스크 과소평가, 그리고 피드백 무시에 있다. 처음의 승리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 승리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분해해 보는 태도는 필요하다. 기록하고, 표본을 늘리고, 실패를 교정 데이터로 다루면 초반의 운은 오히려 좋은 출발점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처음 잘 됐으니 나는 된다”가 아니라, “처음 잘 됐으니 무엇이 작동했는지 더 정확히 보자” 쪽에 가깝다. 초심자의 행운을 공식으로 확정하지 않고 가설로 남겨두면, 다음 단계에서 흔들릴 이유도 줄어든다. 그렇게 한 번 더 차분히 확인해 보는 편이 오래 가는 선택에 가깝다.